초능력자X검사외전 


규남초인




개의 이름



_1



1. 



 피곤한 눈가를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눈 앞이 뿌옇게 변했다가 몇번의 깜빡임 후에 조금 더 밝아졌다. 눈만 피곤한 것이 아니라 온 몸이 뻐근해서 옷가지들을 가방에 담는 손가락도 뻣뻣해진 것 같았다. 다 팽겨쳐버리고 지금이라도 쓰러져 잠들고 싶었다. 눈뜨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햇볕을 좀 보다가 다시 잠드는 똑같은 삶. 딱히 내게는 변화가 필요가 없었다. 조금은 부담스럽게까지 느껴져서 만약 지금 잠들어버리면 차라리 눈을 뜨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과는 달리 손은 알아서 척척 잘 움직이고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짐을 싸는 동안 한참을 모로 누워서 내가 하는 모양을 지켜보던 한치원이 옆으로 굴러 바짝 다가왔다.   



 "오늘 네 서방 온대?"


 "...걔가 왜 내 서방이야."


 "네 서방 들으면 섭하겠네. 6년을 꼬박꼬박 너만 보러오면 서방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할거면 저 구석으로 꺼져."



 말 되는데, 그렇지 않냐? 한치원은 고개를 돌려 시끄럽게 낄낄 대고 웃고 있는 다른 녀석들에게 말했다. 이어 산발적으로 더 큰 웃음소리들과 깔짝깔짝대는 박수소리가 터졌다. 축하한다! 출소하자마자 결혼하냐! 따위의 등신같은 소리를 지껄이기에 그저 입을 꾹 다물고 부러 가방 지퍼를 닫는 손길에 힘을 더했다. 하필 지퍼가 가방 살을 씹어 제대로 닫히지 않았지만 신경질이 나 세게 쥐고 콱콱 닫아댔다. 그럴수록 가방 살을 더 씹어먹는 지퍼에 시발, 하고 욕을 뱉어대자 손등 위로 익숙하게 고운 손이 올라왔다. 특유의 싱그러운 향이 성큼 다가와서는 내 손을 살짝 그러쥐고 가방에서 떼어낸다. 곧 그 손이 요령 좋게 지퍼에 끼인 가방 살을 빼내자 지이익, 막힘 없는 소리로 잠궈졌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한치원이 특유의 씨익, 시원하게 웃는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가서 잘 살아, Bro."


 "...못해, 그런거."


 "이제 그럴 때도 됐잖아."


 "...."

 


 그럴 때가 되었다는 건 무슨 의민지 잘 모르겠다. 그의 눈을 피해 굳은 살이 많이 박혀버린 손을 내려다보다가, 습관적으로 딱딱한 내 왼다리를 만지작 댔다. 아무튼 나는 나가서도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리 병신인데다 성격 파탄자를 받아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게다가 전과자라면 더 그렇겠지. 참으로 절망스럽게도, 내가 돌아갈 곳은 밑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렁 같은 곳 뿐이었다. 거기서 잘 살아 봤자 목숨이나 근근히 연명하는 정도 일거다. 나는 내 얼굴을 아직 쳐다보는 한치원의 옆얼굴을 밀었다. 신경 꺼. 낮게 웅얼거리자 그는 제 얼굴을 미는 내 손을 잡아 내려 당겼다. 그 눈을 마주하자 제법 진지한 빛인 것이, 영 어울리지 않았다.  어색해서 손을 빼내려니까 그가 내 손에 부시럭거리는 종이 한 장을 쥐어주었다. 보지 못하도록 하듯이 손가락을 겹쳐 말아쥐고는 장난기가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방이 못해주면 조금만 참았다가 여기로 전화해."


 "이게 뭔데..."


 "네 서방보다 못한 곳이야."



 그래도 싫다면 전화해. 그는 손가락을 전화기 모양으로 만들어 귀 옆에서 살살 흔들었다. 이거 또 한치원이 늘 하는 장난인가, 싶어 물끄러미 그의 눈을 쳐다보는데, 입가에 띈 미소와는 달리 제법 진지하긴 했다. 나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대충 주억거리자 어린 아이 칭찬 하듯 머리칼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평소 같았다면 귀찮다고 쳐냈을 손일텐데, 지금은 괜히 그러기도 귀찮았다. 아니, 귀찮다기 보다는 그냥... 싫었다. 웬 일로 가만히 있어.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딴지를 걸었지만 이것도 마지막이라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괜히 서러움이 울컥 울라와서 그냥 쳐내버렸다. 그리고 한치원은 평소 같았으면 까칠하다며 불평하고는 조용히 손을 거뒀을테지만 이번에는 거두지 않고 다시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곧 나갈게. "


 "...어."



 착하다. 또 같잖은 소리나 지껄여댔지만 내버려뒀다. 어차피 이것도 마지막이었다.





2.



 

 내게는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하얗고 거대한 문이 열렸다. 내 옆에서 꽤나 침착한 듯 걷던 남자들도 문이 열리며 저희들이 보고 싶었던 얼굴들을 보자 얼굴을 확 바꾸며 달려나가서는 그들을 안았다. 드문드문 울음을 펑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가볍게 타박하는 중년 여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가만히 서서 그 모습들을 눈으로 훑다가, 그들 사이를 절뚝이며 걸었다. 아침 뉴스에서는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싶어 하늘을 살짝 올려다보니 아직 그리 어두운 빛은 아니었다. 하지만 물비린내가 조금씩 나는 것도 같아서, 아니, 물비린내가 진동해서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 겠다 싶었다. 가까운 곳에 들어가서 우산을 사고, 버스 티켓을 사자. 늦기 전에. 걸음을 제법 열심히 놀리며 교도소 문 앞을 벗어나려는데, 손에 쥔 짐가방이 휙 어디론가로 끌렸다. 꽤 빠르고 센 힘에 살짝 휘청이자 단단한 손이 팔뚝을 콱 쥐어오기까지 했다. 젠장, 욕을 씹으며 그 손을 팍 쳐내며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다. 순한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어."



 "기다렸어."



 "...."



 가방은 내가 들게. 임규남은 내 짐가방을 대신 들고는 예의 그 친절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나는 볼 안쪽 살을 씹으며 다시 내 손을 잡아오는 그의 손을 쳐내버렸다. 끈적해. 이따가 비온대. 당황해 하는 얼굴에 변명을 지껄이자 되려 미안하다며 너무나 착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차를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알고 있었다, 그가 차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낡았지만 첫 차를 사게 되었다며 자랑스럽고 기쁘게 말하곤 했다. 너 출소하면, 시간 날 때마다 이곳 저곳으로 여행가는거야. 꿈에 부푼 얼굴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때 그의 앞에서 그랬듯이 얼굴을 끄덕이며 조용히 그를 따랐다. 임규남은 나보다 앞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근데, 아까는 어디 가려고 했어?"


 ...물비린내 가득한 얼굴이었다. 나는 조용히 속으로 침을 삼키며 말했다.


  "...너 찾고 있었어."



  그러자 임규남은 내 표정을 잠시 보고만 있더니,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었으면 내가 데리러 갔을텐데." 그러게. 나는 그의 눈을 피해 내 발끝을 보며 대답했다.  ....그리고 조금씩 축축해지는 땅을 보고는, 비오는 건 정말 싫다고 생각했다.



3.



 임규남의 덜컹거리고 느린 차는 나를 달과 가까운 집 밑으로 데려갔다. 오랜만에 타는 차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멀미나 하고 있던 참에 내리자 약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 와중에 올려다 본 흐릿한 계단과 경사는 내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믿을 수 없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올려다 보자 경사는 더 심했다. 그 주위를 둘러싼 벽들은 온통 낙서 투성이었다. 애들이 끄적인 듯한 허접한 그림들과 저속한 성적 단어와 욕설들이 대부분이었다. 꽤나 낯익지만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동네의 모양에 잠시 멍하게 서있자니, 옆에서 임규남이 조심스럽게 웅얼거렸다. 곧 밑으로 이사 갈거야. 흘끗, 그를 돌아보니 꽤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난처한 건 난데. 곧 비가 한바탕 쏟아질 듯한 여름의 날씨는 후덥지근 했고, 나는 왼쪽 허벅지 밑이 아팠다. 익숙해지지 않도록 아릿한 감각에 인상을 찡그리자 임규남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업어줄게."



 "...됐어. 올라갈 수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잡아온 그의 손을 살짝 흔들어 뿌려치고는 그 보다 먼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꼭 천리 같았다.




4.



 "힘들어?"



 "...아니.."



 "업어줄게."



 "됐ㅇ,...! 됐다니까...!"



 "금방 올라갈 수 있을거야."



 "...."



 "...나 믿지?"

 



5.


 


 결국 집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전에 우르릉, 하는 벼락 소리와 함께 비가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했다. 임규남은 나를 업고서 헉헉 대며 점점 느려지더니, 비가 쏟아지자 놀라서는 걸음을 바삐 놀리며 문 앞으로 달려갔다. 다 와서도 나를 내려놓고서 집 열쇠를 찾느라 한참을 뒤적인다고 시간이 지체되어 애초에 비를 맞고 다닌 사람처럼 흠뻑 젖어버렸다. 나를 먼저 집 안에 들인 임규남은 잔뜩 젖은 머리를 털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나는 젖은 몸은 둘째 치고, 교도소에서 한치원이 쥐어줬던 종이가 젖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바지 주머니에 꽤 깊이 넣어놨던 것을, 임규남이 수건을 가져온다며 난리를 치는 사이에 몰래 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젖은 볼펜 글씨가 약간 뭉개졌다. 하지만 번호를 알아 볼 수는 있을 것 같아 임규남이 보기 전에 가방을 열어 다른 옷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러자마자 임규남은 욕실로 보이는 곳에서 수건 몇개를 챙겨 나왔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가방 속 옷이 젖었는지를 확인하는 척 했다. 임규남은 별 의심도 없이 내 뒤로 와서 수건을 펴 머리 위로 덮었다. 그러고는 직접 내 머리를 닦아주려는 듯이 수건을 누르기에 그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젖었잖아. 샤워할거야."


 "아, 그, 일단 닦아내는 것부터 하자."


 "씻으면 되는데 뭘..."


 "음, 미안해, 여기는 온수가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 그러니까 감기 안걸리게 물기 닦고 옷 벗자."


 "뭐야..."



 그의 말에 당황한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자, 임규남은 다시 난처하게 웃다가 '내가 옷 벗겨줄게' 따위의 헛소리를 하며 내 티셔츠의 밑단을 쥐었다. 내가 벗겠다며 그 손을 쳐내보지만 임규남은 물에 젖어 달라붙었으니까 벗기 힘들거라며 오히려 내 손을 쳐내었다. 이게 아닌데. 놀라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내가 벗을 수 있다 해봤지만 임규남은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고집은 오로지 선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늘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바르르 떨리는 아랫 입술을 물어도 상관치 않는 임규남은 내게 팔을 들라 명했다. 긴장하며 팔을 들자 질척거리며 달라붙던 티셔츠가 확실히 겨우 벗겨지기는 했다. 나는 바로 임규남이 가져다준 수건을 어깨 위로 덮었으나, 그는 곧바로 내 바지 버클에도 손을 댔다. 바지만큼은 내가 벗을 수 있다고 해봤자 고집을 꺾을 수는 없을 것 같아 여전히 긴장한 채로 그가 하는 대로 두었다. 벗기기 쉽게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가 놓고, 허물이 벗겨지듯 달라붙어있던 바지가 벗겨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동안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데다 찬 비를 맞아 더 하얗게 질려버린, 배짝 마른 다리가 서서히 드러났다. 나는 바지가 내려감에 따라 내 의족도 점점 보이자 눈을 피했다. 임규남이 바지를 벗기는 손길은 다리 맨살에 닿자 섬세하고 조심스러웠다. 고작 옷 벗는 일에서 내가 다치기라도 할 것만 같다는 듯이. 겨우 끝까지 다 벗자 나는 상의를 벗을 때 그러했던 듯이 수건을 다리 위로 덮고 바삐 닦듯이 했다. 임규남은 어쩐지, 벗긴 내 바지를 쥐고 내 다리와 얼굴을 번갈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임규남의 나를 보는 시선을 잘 알고 있었다.  어, 저도 당황한 듯 멍청한 소리를 뱉었다. 나는 다리의 물기를 열심히 닦다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온수는 아직이냐고 물었다. 보통이라면 허겁지겁 욕실로 달려가 물온도를 확인할텐데 그는 가만히 무릎을 꿇은 그대로 앉아있었다. 심장이 두근 거렸다. 자꾸만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한번 꽉 깨물고 그를 올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신경질 내듯 말했다. 온수 아직이냐고...! 그리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규남은 훅, 다가와서는 내게 입을 맞추었다. 씨발, 씨발, 싫어.



 "아, 잠ㄲ, 임규,남, 흡...!"


 

 임규남의 커다란 두 손이 내 양뺨을 가득 쥐고 깊이 혀를 밀고 들어왔다. 억지로 파고드는 그 느낌이, 너무, 너무 싫어서 턱을 벌리지 않으려 했지만 늘 그렇듯 임규남은 내 턱 옆을 꽉 눌러 억지로 벌렸다. 물 비린내가 가득 찼다. 역겹기만 한 비의 냄새가 한가득 몰려왔고, 뜨거운 숨이 목구멍 너머로 넘어갔다. 그의 키스는 과격했다. 늘 나를 씹어먹을 듯이 턱을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며 이로 입술을 물어뜯고, 머리칼로 집어넣는 손가락 끝으로 멍이 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눈을 꼭 감고 나를 음미하는 것처럼 그랬다. 뒤로 도망가는 내 혀에 제 혀를 얽고 온 치열을 훑었다. 여린 점막을 흉포하게 헤집고 입천장을 긁어내리다가 숨이 너무 차 쉴 수조차 없어 그의 가슴을 세게 두드리면 슬쩍 밀려났다가 수어번 헥헥 댄 후에는 다시 똑같이 했다. 

 

 그는 키스를 하는 동시에 내 얼굴을 쥐던 손을 내려 제게 거슬리는 수건을 멀리 던져버리고 납작하기만한 내 가슴을 쥐어뜯듯 만져왔다. 여자의 가슴을 만지는 것처럼 손바닥으로 주무르며 문지르다가 유두를 꼬집어댄다. 엄지로 그 위를 지분대다, 검지로 유륜을 긁어내리고, 다시 가슴살을 주물렀다. 힘이 풀려 등이 아프도록 바닥에 쓰러지자 나를 제 품에 가두고 양껏 만져대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워 숨이 정말로 넘어갈 거 같아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피하자 침이 사이에서 길게 늘어졌다가 끊어졌다. 임규남은 실컷 키스를 했는지, 이제는 내 밑 턱과 목덜미, 후골, 쇄골로 내려갔다. 이로 물어뜯고 핥고 빠는 행동을 반복하니 온몸이 달아오르고 열이 올라 참기가 힘들었다. 분명 벌개졌을 눈가를 하고 눈물을 질질 흘리는 것 말고는 내가 임규남에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파...!, 임규남, 흑, 아파, 싫어,...으흑,"



 "미안해,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서,"



 그는 그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며 미친놈처럼 내 성기를 한 손에 쥐고 흔들었다. 다짜고짜 쥐고 흔든다고 해서 금방 흥분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프기만 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끕끕거렸다. 임규남은 손으로는 내 성기를 만지며 입으로는 가슴을 빨아댔다. 나는 입안으로 유두를 궁글리는 느낌과, 성기를 쥐고 꾸준히 흔드는 것에 그래도 억지로 서서히 서기 시작했다. 신음 소리를 내기가 싫어 내 손등을 꽉 깨물고 참아내자 임규남은 끝까지 성기를 주무르고 흔들어 내 사정을 한번 유도하더니, 나의 가린 손을 잡아내렸다. 그리고 다시 키스하며 제 바지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질척대는 키스를 하며 제 성기를 몇번 앞뒤로 흔들더니, 내 허벅지를 쥐어 벌려 내 몸 쪽으로 밀었다. 다리가 벌려지며 엉덩이가 들리자 곧 다가올 고통이 무서워 위로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임규남은 세게 골반을 틀어쥐더니 기어코 손가락 한개를 밀어넣었다. 아악, 비명을 지르면 다시 키스하며 혀를 밀어넣고 손가락을 늘여갔다. 조금 급하게 네개까지 늘여 쑤셔대더니 금방 뒤로 빼고는 제 발기한 성기를 구멍 입구에 문질러댔다. 싫어, 무서워. 그의 입술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겨우 띄엄띄엄 말했다. 하지마, 규남아, 제발. 하지만 임규남은 애달픈 표정을 하고는 미안해, 라고 속삭였다. 나는 그것을 이길 수가 없단 걸 알았다. 두려운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며 그를 올려다보자, 눈가로 눈물이 주륵 흘렀다. 그런 내 눈가에 입을 맞춘 그는 자신의 허리를 뒤로 살짝 뺐다가 성기를 내 안으로 쑤셔넣었다.



 "아,아아,...흐..."



 "후으...윽..."



 손가락보다 더 버거운 크기의 뜨거운 것이 밀고 들어오는 것은 언제나 익숙지 않았다. 비명도 못지르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겨우 숨을 토했다. 임규남은 끝까지 제 성기를 넣고는 깊이 한숨을 쉬고,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물기가 가시지 않은 두 몸 사이에서 퍽, 퍽거리는 소리로 울렸다. 좁은 안을 빠져나갔다 파고 들며 입구는 고환으로 부닥쳤다. 나는 너무 버거워서, 받아내는 것이 어려워서 그저 임규남의 목에 매달렸다. 벌려져 허공에서 덜렁거리는 다리 한쪽은 너무 무거웠다. 거센 손에 꽉 쥐어진 허리도 너무 아팠다. 어느새 엉엉,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어대는데, 임규남은 몇번 허리짓하더니, 이어 익숙하게 내 스팟을 찾아 귀두를 문질렀다. 곧 발가락 끝과 허리에서 짜릿한 감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더 싫었다. 내가 쌓아온 벽이 자꾸만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서, 결국 내 마음까지도 홀딱 벗겨진채로 임규남에게 보여지는 것 같아서, 좆같았다. 싫다고 고개를 가로로 미친듯이 젓는데, 신음이 높아지자 임규남은 점점 짧게 내벽을 쳐올렸다. 콱콱콱콱, 쉴 새 없이 헤집는 성기가 쉴 새 없이 스팟을 찍어댔다. 


 

 "아,아,흐,잠,ㄲ,학,흐아,아,규남,아읏,"



 "아, 초인아, 윽, 보고 싶, 었어, 아, 초,인아, 흡,"



 머리가 암전되듯 눈 앞이 흐려지자 나는 또 사정했고, 임규남도 몇번 움직이더니 안에 깊이 사정했다. 지쳐버려 푹 쓰러지자, 눈이 가물가물했다. 임규남은 안에서 빠져나오지도 않고 내 가슴에 입술을 묻은 채 키스하더니 내가 곧 잠들어버릴듯 하자 성기를 빼냈다. 가득 채우던 것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느낌에 부르르 떨고 나니 임규남이 어깨와 무릎 뒤에 손을 넣고 안아올렸다. 씻길 모양인가보다. 그 생각이 느릿하게 들자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나는 기절하듯이 잠들어버렸다.



6.




 내게는 이상한 이름이 있었다. 초인이라는 이름이었다. 누구보다 완전한 사람의 이름이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왼쪽 다리는 병신이었고, 남보다 한참이나 떨어지는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내 아버지의 '이'라는 성씨와도 어울리지 않았고, 내 어머니의 '윤'이라는 성씨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내 이름을 불릴 것이라면, 차라리 성을 떼고 불려지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임규남은 그것을 제일 잘했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임규남은 내게는 더 다정했다. 그러지 말지. 차라리 다른 부잣집 도련님처럼 날 무시하고 때리고 놀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너를 마음껏 미워했을텐데. 나는 불완전해서 임규남을 미워하는 일 조차 너무나 불완전했다. 임규남의 다정함이 내 플라스틱 발목을 쥐고 숨 쉴 수 없는 심해 저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내게 그러지 마. 너를 미워하는 일 만큼은 완전하게 할 수 있게 해줘. 그러면 임규남은 내게 키스하며 말한다. 난 널 사랑해. 벗어날 수 없는 족쇄였다.




7.


 


 우리 가족은 임규남의 아버지인 임진철의 집에서 일을 해주고 먹고 살았다. 아버지는 그의 수국이 가득한 정원을 꾸며주었고, 어머니는 그 집의 윤기나는 가구들을 더 윤기나도록, 그리고 냄새가 나지 않도록 늘 관리하는 일을 했다. 이전에 부모님이 일하던 곳의 사람들은 이곳 집 주인들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들의 말로는, 임진철과 그의 부인 김소진은 부유한 사람 답지 않게 겸손하고 친절하다며 부모님은 행운을 얻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들은 갈 곳 없는 우리에게 공짜로 집 뒤 뜰에 작은 방 만한 집을 지어주고는 거기서 살게 할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머리가 땅에 파묻혀라 고개 숙여 인사했다. 절대로 그들의 눈 밖에 나서는 안된단다. 감사한 분들이야. 엄마는 그 집에서 일하면서 벌게 된  첫 월급으로 내 새 옷을 사 입히며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홀린 듯한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새 삶을 얻은 것처럼 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집에서 일하기 2개월 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었던 그녀는 내게 옷을 입히던 그 손으로 내 목을 조르며 정신병자처럼 중얼거리곤 했었다. 죽자, 초인아, 이렇게 살 바에 죽어버리자. 그러던 그녀와 아빠는 예전의 미소를 되찾아서는 누구보다도 즐겁게 일했다. 임씨 부부는 늘 다정했고, 부모님은 그들을 닮고자 했다. 정말 매정한 사람들이었다.




8. 



 내가 임씨 부부의 집에서 할일이라고는 학교에 갔다오면 그 손바닥만한 집에서 내내 TV를 보거나 숙제를 하는 일 따위 뿐이었다. 엄마 젖이나 빨 때, 나는 자는 그녀 밑에 왼쪽 다리가 깔리면서 다리가 괴사해 무릎까지 잘라내버리고 의족을 달고 다니는 다리 병신이었기에 또래와 뛰어노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리 병신이라 놀리는 것을 피하는 일에 급급해 학교가 파하면 한 시라도 빨리 집에 틀어박히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는 그들이 진정한 병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가 와도 내 허벅지 밑이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임씨 부부 집에 이사 온 이후로도 똑같이 반복하던 것이 일주일째가 되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엎드려서 몇개 되지 않는 TV 채널 중에서도 웃기지도 않는 개그프로를 보고 억지로 웃고 있었다. 그러다 문이 두드려지는 소리에 약간 신경질이 난 채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문을 여니, 멀리서나 봤던 임씨 부부 집의 도련님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애가 대뜸 내게 '네가 초인이지?'하고 묻기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애는 내 손을 잡고 약간 팔이 아플만큼 흔들더니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말투로 말했다. '반가워!' 그때 나는 정말로 반가워서가 아니라, 전기자극을 받은 개구리처럼 '나도'하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애의 면전에 대고 문을 닫아버릴 것을 그랬다. 


 곧 이어 자신의 이름이 '임규남'이라며 소개한 그 애는 내가 한 쪽 다리를 절뚝이건 말건 손을 이끌고 집의 이곳 저곳을 소개했다. 그 집 안에 살기는 했지만 함부로 나다니지말고 방에 가만히 있으라 말했던 엄마의 말에 따라 집 전체를 보지 못했던 나는 세상에 이런 집이 있을 수도 있구나 하고 새삼 놀래곤 했다. 나로써는 이런 불필요할 만큼 넓은 집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저 커서, 경이로울 정도로 화려해서 감동마저 받아버렸다. 중간에 나와 눈이 마주치곤 한마디 쏘아 붙이려던 엄마도 내 손을 잡은 임규남을 보고는 눈이 휘어져라 웃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나는 조금은 자신있는 걸음으로 임규남과 함께 온 데를 쏘다녔다. 부엌에서 나는 먹어보지도 못했던 간식거리를 주워먹기도 하고, 존재하는게 가능할까 하고 궁금하기까지 할 정도의 섬세한 세공품을 구경하고, 눈이 아플정도로 생생한 화면의 TV로 최신만화를 보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입으로 쉴 새 없이 자랑하고는 했던 소문의 게임기들을 만졌다.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을 그 때 죄다 느껴보고는 임규남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생전 처음으로 그렇게 오래 웃는 것은 처음이었고, 그런 나를 보자 임규남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엄마랑 아빠가 너더러 우리집 구경시켜주라고 했거든. 재밌어하는 것 같아서 좋아!"



 종종 내 방에서 같이 놀자! 그의 방에 가득한 신기한 모양의 블럭들을 만지고 있는 내게 임규남이 그랬다. 나는 무채색인 것만 같은 내 세상이, 그 애의 말한마디에, 그 애 방에 걸려있는 예쁜 그림처럼 선명한 색깔로 채워지는 것만 같은 착각도 들었다. 처음 가지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내게도 친구가 생겼다며, 마냥 행복할 뿐이었다. 그랬는데.




 9.



  

 찰싹, 찰싹, 찰싹. 트라우마 같이 남은 마찰음이었다. 임규남의 아버지는 종아리를 자주 때렸다. 임규남은 옆에서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조용히 내가 매를 맞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나는 바지를 걷은 채 이를 꽉 물고 그 고통을 참아냈다. 작게는 열대, 많게는 오십대 까지 쉼없이 맞고 난 후에 임진철은 나를 돌아서 세워놓은 그대로 임규남이 잘못한 것들에 대해 차분히 말했다. 임규남은 코를 먹어가며 제 아비가 묻는 말에 네, 아니요, 따위의 대답을 하다가는 늘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라고 덧붙이곤 했다. 나는 임진철이 한참 동안이나 임규남을 혼내는 동안 끕끕거리며 올라오려는 울음을 겨우겨우 억눌러 삼키며 서있었다. 한 쪽만 남은 종아리는 그것마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이 아팠다. 많이 맞는 날에는 피가 나고는 했다. 엉망으로 줄이 그어지고 열이 후끈하게 오르는 종아리를 당장이라도 찬물에 식히고 싶은데, 임진철이 말하는 중에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란 무언의 규칙이 있었고 나는 그저 차가운 의족에 종아리를 비비는 수 밖에 없었다. 고통을 참아내는데 집중한 정신이 지쳐 쓰러져버린 적도 많았다. 임규남이 시험문제를 두 개 이상 틀려오는 큰 잘못을 할 때 그랬다. 


 그 남자는 제 아들을 다 혼내고 나면, 나에 대한 뒷처리를 제 아들에게 맡겨버렸다. 늘 임규남은 휘청휘청 거리는 나를 부축해 데리고 제 방으로 갔다. 나는 울 힘마저 달려 피곤한 눈을 껌뻑이고 있다면, 그 애는 끊임없이 큰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미안해 미안해 거렸다. 그런 말은 내게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즈음에 난 익숙하다는 듯 부드러운 침대에 엎어졌고, 임규남은 여전히 질질 울어대며 소독약과 연고와 반창고를 가져왔다. 이미 흉터로 남기 시작한 상처들까지도 그는 꽤나 정성스럽게 문질러댔다. 때로는 상처의 열을 식혀주겠다며 비닐봉지에 찬물을 줄줄 흘릴만큼 서투르게 서두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하루는 그의 방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다. 맞은 하루 만큼은 하인의 아들이 감히 도련님의 방에서 자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지친 몸을 완전히 침대에 붙이고 가물가물 눈을 감으면, 이 집에서 자지 않고 내내 서러운 숨을 토하는 건 임규남 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자장가 삼아 또다시 매 맞기를 되풀이하는 악몽으로 접어들곤 했다.




10.




 매 맞은 다음 날 아침, 바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면 아빠는 정원을 손질하러 나가 있었고, 엄마는 임씨 부부와 도련님 임규남의 밥을 차려주러 출근한 상태였다. 나는 아침밥도 거른 채 다시 침대에 엎드려 자버리고 학교는 가지 않았다. 그것도 뭐, 배고픔은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될 쯤엔 익숙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고 등교하곤 했지만. 



11.



 처음 임규남 대신 매를 삼십 대나 맞고 절뚝이며 돌아와서 울음을 토했을 때, 엄마는 뺨을 때렸다. 무얼 잘못했다고 울어, 울기는. 뒤이어 아빠도 한마디 덧붙였다. 너는 항상 감사할 줄을 몰랐지. 우리가 누구 덕에 사는 건데. 



12.





  정말, 매정한 사람들이었다. 






 13.




 "...뭐해."



 "아, 초인아, 깼어?"



 "뭐하는 거냐고."



 "어어, 너 짐 정리 해줄..."


 

 "왜 내 물건을 네 맘대로 해?!"



 

 눈을 뜨니 나는 임규남의 것인 듯한 널널한 옷은 입은 채 누워있었고, 임규남은 내 가방 속의 물건들을 꺼내고 있었다. 아직 덜 깬 정신으로 임규남을 보고 있자하니 젖어버린 옷을 빨기 위해 주머니에 무언가 없는지 뒤지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고 있다가, 그 가방 중에 한치원의 종이 쪽지가 든 옷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놀라 벌떡 일어나 가방을 뺏었다. 임규남은 갑작스런 내 행동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 옷을 쥐고 있었고, 그것은 마침 쪽지를 넣어둔 옷이었다. 나는 그 옷마저 확 뺏어서는 가방 속 옷과 함께 바삐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옷가지가 별로 없어 정리할 것이 없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했어야 했다. 임규남은 놀란 얼굴을 하고 말했다.



 "나는 너 자는 동안 정리해주려고..."



 "내 꺼야. 내 꺼니까 내가 알아서 해. 함부로 건들지마."



 "...알겠어."



 "약속해. 앞으로도 건들지 않겠다고."



 "약속해."



 얼떨결에 임규남과 약속까지 해버린 나는 이미 검사를 마쳐 임규남의 옆에 널부러져 있던 옷가지도 끌고와 다시 검사하는 것처럼 했다. 그러다 그가 종이쪽지를 꺼내는 것을 볼까봐, 그를 쳐다보며 배고프다고 말했다. 멍하게 앉아있던 그는 불에 붙은 듯 놀라며, 알겠다며 일어서 밥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가는 듯 했다. 나는 종이를 재빨리 빼 젖지 않은 옷에 넣었다. 얼른 번호를 외우던지 해야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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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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